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수준의 통화 발행력을 가진 국가입니다.
달러는 국제 무역과 금융거래의 중심이며, 미국 국채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자산 중 하나로 취급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흥미로운 역설이 있습니다.
미국은 달러를 발행할 수 있지만, 그 능력만으로 모든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 국채의 약 15%를 보유한 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합니다.
일부 통계에서는 연준이 미국 연방정부 전체 국채의 약 1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과정에서 연준은 금융기관이 보유한 국채 등을 매입하고 그 대가로 지급준비금이라는 중앙은행 화폐를 공급합니다.
흔히 이를 두고 달러를 찍어 국채를 사들이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실제로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계나 기업과는 다른 재정적 유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의 부채를 무제한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왜 미국은 마음껏 달러를 발행하지 않을까?
문제는 달러 발행량이 아니라 그 결과입니다.
첫째, 과도한 유동성 공급은 경제 상황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둘째,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셋째, 투자자들이 달러의 구매력과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미국 국채를 보유하려는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이 달러를 발행할 수 있다는 사실과 전 세계가 그 달러를 계속 신뢰한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미국 국채는 단순한 정부 부채가 아닙니다. 글로벌 금융기관과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담보와 기준금리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융자산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재정 문제가 심각해지면 그 영향은 미국 내부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달러 패권의 진짜 기반은 신뢰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달러를 발행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 세계가 달러를 받아들이고 보유한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미국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리하게 통화 발행에 의존한다면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달러의 구매력과 신뢰를 훼손할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미국은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하나는 늘어나는 국가 부채를 감당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이 가진 통화 발행권의 역설입니다.
달러는 발행할 수 있지만, 달러에 대한 신뢰까지 발행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미국 경제를 바라볼 때 주식시장과 기준금리뿐 아니라 국채 발행 규모, 국채 수익률, 재정적자, 달러의 구매력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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