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빠도 투자

기름값, 여기서 더 오를까?

by AI Survival Log 2026. 9. 22.
반응형

중동 전쟁의 진짜 위험은 '석유의 양'이 아니다

국제유가를 볼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중동에서 전쟁이 터졌으니 석유가 부족해지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 사태를 조금 더 깊게 보면 문제가 단순하지 않습니다.

 

지금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석유가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보다 석유가 있어도 제때 운반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가 겹치기 시작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바브엘만데브 해협,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까지 동시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티는 이제 단순한 '반군'으로 보기 어렵다

후티는 1990년대 후반 예멘 북부에서 시작한 자이드파 운동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한 이후 세력이 크게 확대됐고, 이란 및 헤즈볼라와의 관계 속에서 미사일과 드론 능력을 발전시켰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후티 병력이 과거 예멘 정부 측 추산으로 최대 약 35만 명에 달했으며, 최대 약 2,150km에 이르는 무기체계와 장거리 드론·대함 탄도미사일 등을 보유한 것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즉,

“예멘의 작은 반군이 유조선을 괴롭히는 정도”

로만 생각하면 현재 상황을 과소평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후티의 공세는 사우디의 석유 인프라와 홍해 물류망을 직접 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해상 교통로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사우디의 '우회로'까지 공격받았다는 것

여기서 이번 사태가 더욱 복잡해집니다.

사우디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동서 송유관(East-West Pipeline)입니다.

사우디 동부의 유전을 홍해 연안의 얀부항과 연결하는 약 1,200km의 송유관입니다.

원유를 홍해 쪽으로 보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아시아나 유럽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9월 13일 이 송유관이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얀부의 원유 선적이 중단됐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호르무즈가 막히면 송유관으로 우회하면 됩니다.

그런데

호르무즈도 위험하고
홍해도 위험하고
송유관까지 공격받는다면?

석유 공급망의 '대체 경로' 자체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유가가 무서운 것이다

석유 시장에서 정말 무서운 순간은 생산량이 조금 감소할 때가 아닙니다.

대체할 수 있는 공급망의 여유가 사라질 때입니다.

예를 들어 석유가 하루 1억 배럴 생산되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생산량이 1~2% 줄었다고 해서 세상이 바로 멈추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다음에는 어디에서 가져오지?”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석유 가격에는 실제 부족분뿐 아니라
공급 차질에 대한 공포와 위험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IEA에 따르면 2026년 8월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160만 배럴 감소한 하루 1억10만 배럴 수준이었고, 2월 이후 전 세계 관측 석유 재고는 누적으로 약 5억700만 배럴 감소했습니다.

북해산 원유 가격은 8월 평균 배럴당 91달러에서 9월 9일에는 113.48달러까지 급등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곳이 호르무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시장의 핵심 병목입니다.

IEA에 따르면 2025년 평균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이곳을 통과했습니다.

전 세계 해상 석유 교역량의 약 25%입니다.

문제는 우회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우디와 UAE처럼 일부 국가에는 우회 수출 능력이 있지만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은 호르무즈 의존도가 훨씬 높습니다.

 

실제로 미국 EIA 자료를 보면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석유 물량은 2025년 분기별 약 21백만 배럴/일 수준이었지만 2026년 2분기에는 약 490만 배럴/일까지 감소했습니다.

이미 해상 운송 자체가 크게 흔들린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가는 계속 폭등할까?

여기서는 한 가지를 조심해야 합니다.

반드시 계속 오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사우디가 걸프만 항구를 통한 수출을 늘리고 오만 소하르항을 활용하면서 공급 우려가 일부 완화됐습니다.

 

9월 21일 기준 로이터는 사우디가 걸프만의 라스 타누라 등에서 원유 선적을 크게 늘렸고, 이 영향으로 브렌트유가 한때 10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즉 시장에는 아직 '공급을 우회할 능력'이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유가의 상단을 막아주는 첫 번째 방파제입니다.

두 번째 방파제는 전략비축유다

각국이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IEA 회원국은 최소 90일치 순수입량에 해당하는 석유 재고를 확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2026년 3월 IEA 회원국들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공급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습니다.

 

당시 IEA 회원국의 비축유는 12억 배럴 이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축유와 상업용 재고를 함께 운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9월 14일에도 중동 상황 악화에 대비해 원유 수급 긴급점검회의를 열었고, 국내 정유업계가 단기적으로 필요한 원유 물량을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당장 한국의 주유소에서 기름이 사라지는 상황을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진짜 위험한 시나리오는 따로 있다

제가 보는 핵심은 이것입니다.

 

전쟁이 길어지는 것 자체보다
'여러 개의 방파제가 동시에 무너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석유시장의 방파제는 대략 이런 구조입니다.

  1. 사우디의 우회 수출
  2. 오만 등 제3국을 통한 환적
  3. 미국 등 비중동권 생산 증가
  4. 각국의 전략비축유
  5. 소비 감소
  6. 다른 해상 운송로 활용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후티가 홍해와 사우디 인프라를 계속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제한되고,

사우디 동서 송유관의 복구가 늦어지고,

여기에 튀르키예·파키스탄 등 외부 세력까지 군사적으로 깊게 개입하면서 충돌 범위가 확대된다면

석유시장이 버틸 수 있는 '여유분'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8월 사우디·튀르키예·파키스탄은 메카 공동방위협정을 체결했고, 세 나라는 한 국가에 대한 무력공격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고 방위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석유 문제가 아니라
중동의 안보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의미도 갖습니다.

결국 유가의 핵심은 '100달러냐 150달러냐'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까?”

“150달러까지 갈까?”

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현재는 사우디가 우회로를 찾고 있고, 비축유도 있으며, 미국 등 다른 생산국의 공급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유가가 통제 불능 상태로 폭등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후티의 공격이 확대되고
호르무즈의 통항 제한이 장기화되고
사우디 송유관 복구가 지연되고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대된다면

지금까지 석유시장을 지탱하던 여러 개의 안전판이 동시에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 순간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유가가 오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유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유가 상승은 주유소 가격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항공유, 운송비, 화학제품, 플라스틱, 전기료, 물류비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생깁니다.

그래서 지금 봐야 할 숫자

앞으로 국제유가를 볼 때 저는 단순히 브렌트 가격 하나보다 다음 숫자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① 호르무즈 해협 일일 통과 물량

② 바브엘만데브 해협 선박 통항량

③ 사우디 동서 송유관 복구 여부

④ 사우디의 우회 수출 물량

⑤ IEA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 여부

⑥ 글로벌 석유 재고 변화

⑦ 유조선 운임

특히 마지막 숫자가 재미있습니다.

 

석유 자체가 부족하지 않아도 유조선이 위험지역을 피하면서 운임이 폭등하면 실제 원유 가격에는 새로운 비용이 붙습니다.

이미 2026년에는 후티 위협으로 사우디 원유의 우회 운송이 늘면서 서쪽에 대기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부족과 운임 상승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결론

이번 중동 사태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석유가 없다”가 아닙니다.

“석유는 있는데 가져올 길이 없다”입니다.

현재 시장에는 아직 비축유와 우회 수출이라는 방파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유가가 계속 일방적으로 폭등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고 석유 수송로가 하나씩 막히면서 이 방파제들이 동시에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때 시장은

100달러 → 120달러 → 150달러

같은 숫자를 계산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는 단순히 기름값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돌아오는 것 아닌가?”

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유가를 봐야 하는 이유는
석유 자체보다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복원력이 시험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