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장을 바라볼 때 우리는 보통 두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AI가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가.
그리고 지금 기업들의 가치가 너무 비싼 것은 아닌가.
그런데 최근에는 조금 다른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AI 산업이 거대한 하나의 금융망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AI 기업 간 투자와 장기계약, 컴퓨팅 구매가 서로 얽히는 ‘순환금융’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이 연결이 AI 기업들 사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은행과 투자회사, 트레이딩 업체, 헤지펀드까지 연결되면서 AI 생태계가 점점 더 복잡한 금융 네트워크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융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연결된 자산들이 동시에 흔들리는 것입니다.
최근 등장한 이상한 뉴스 하나
9월 21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영란은행이 글로벌 은행들을 대상으로 Jane Street, Citadel Securities 같은 대형 트레이딩 업체에 대한 익스포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배경에는 올해 7월 AI와 반도체 관련 주식의 급락 과정에서 발생한 사태가 있었습니다.
AI에 집중 투자했던 헤지펀드 Situational Awareness가 급격한 주가 하락과 마진 문제로 보유 주식을 대규모로 정리했고, 이 과정에서 Jane Street 역시 큰 손실을 입었다는 내용입니다.
Reuters는 FT 보도를 인용하면서 Jane Street의 손실 규모가 약 150억 달러에 달했다는 내용을 전했지만, 이 수치는 회사나 중앙은행이 공식 확인한 숫자는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Jane Street가 망했느냐가 아닙니다.
왜 중앙은행이 은행들에게 트레이딩 업체와의 연결 관계를 다시 묻기 시작했느냐입니다.
금융시장의 진짜 위험은 ‘연결’입니다
대형 트레이딩 업체와 헤지펀드는 은행과 완전히 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은행은 이들에게 신용과 증거금, 프라임 브로커리지, 거래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어떤 투자전략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면 그 손실은 한 회사의 손익계산서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담보가치가 떨어지고,
마진콜이 발생하고,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고,
다른 자산까지 매도되고,
그 과정에서 은행의 익스포저와 유동성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Fed와 BoE가 확인하려는 것도 단순히
“얼마를 빌려줬느냐”
만이 아니라,
하루 중 익스포저가 어떻게 변했는지, 리스크 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같은 부분입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AI 투자 역시 점점 이런 금융 구조와 연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AI 산업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자본망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FT가 소개한 분석에서는 지난 3년 반 동안 AI 생태계와 관련된 176개 거래, 약 3.6조 달러 규모의 금융 연결망을 분석했습니다.
여기에는 OpenAI, Microsoft, Amazon, NVIDIA, Anthropic 같은 핵심 기업들이 서로 투자하고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장기적인 사업 관계를 맺는 구조가 포함돼 있습니다.
분석에서는 약 120개의 거래가 높은 수준의 ‘순환성’을 보였다고 지적합니다.
이것만 보고
“그러니까 AI는 가짜다”
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너무 단순합니다.
GPU도 실제로 팔리고 있고,
데이터센터도 실제로 지어지고 있고,
AI 서비스 이용량도 실제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매출과 수요 중 얼마가 최종 소비자와 기업의 독립적인 수요이고, 얼마가 서로 연결된 자본과 계약의 결과인지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이런 연결이 성장을 더 빠르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한 곳의 자금 문제가 다른 곳의 담보가치를 흔들고,
그것이 다시 추가적인 매도를 만들면서
처음에는 작았던 문제가 금융시장 전체의 위험회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AI에서 진짜 봐야 할 것은 ‘기술’만이 아닙니다
저는 이제 AI를 볼 때
“누가 가장 좋은 AI를 만들었는가?”
만큼이나
“누가 누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있는가?”
“누가 누구의 고객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가?”
“어떤 기업의 매출이 다른 기업의 투자와 연결돼 있는가?”
를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산업의 성장 자체가 거짓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AI가 너무 거대한 산업이 되었기 때문에 생기는 새로운 위험에 가깝습니다.
인터넷 기업의 경쟁을 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 금융시장의 연결망까지 함께 보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번 Jane Street 관련 뉴스는 그 금융망의 한쪽 끝에서 중앙은행들이 연결된 위험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아직 이것을 금융위기의 시작이라고 부를 단계는 아닙니다.
현재 확인된 것은 금융당국이 익스포저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정말 무서운 것은
폭탄 하나가 아니라 폭탄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AI의 다음 국면에서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AI의 성능만이 아니라
AI 금융망의 연결 정도와 그 연결이 얼마나 건강한가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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